- 작성일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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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 65년의 시작에서 다시 미래를 생각합니다: 장성숙 선생님과의 만남

[1961년 6월 10일, 제1회 개교기념식 및 학장 취임식에서 촬영한 기념사진
(왼쪽부터) 차영숙 초대 학생회장(사회학과 1기), 장성숙 선생, 고황경 명예총장의 모친 김세라 여사, 고황경 명예총장]
이번 미주 방문에서 만난 장성숙 선생님은 서울여대의 시작을 기억하고 계신 분입니다. 장 선생님은 서울여대 동문은 아닙니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고황경 명예총장님의 제자로 인연을 맺은 뒤 1961년 서울여대가 문을 열던 때부터 학교에서 함께 일하며 대학의 첫 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셨습니다.
올해 여든아홉이 되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마치 서울여대의 첫 시간을 직접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늘의 모습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모든 것이 부족했던 시절, 어떤 마음으로 이 대학을 시작했는지, 고황경 명예총장님께서 어떤 대학을 만들고자 했는지,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애쓰며 학교의 기초를 놓았는지를 선생님은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오셨지만 서울여대는 그렇게 선생님의 마음 한편에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2026년 5월 27일, 기금전달식에 참석한 장성숙 선생(앞줄 오른쪽)과 가족들, 이윤선 총장과 처장단]
올해 5월 선생님께서는 따님과 사위, 손주들과 함께 서울여대를 방문하셨습니다. 65년 전 시작을 함께했던 학교를 이제 가족들과 함께 다시 찾으신 것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서울여대는 선생님의 기억 속 작은 대학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캠퍼스도 커졌고, 교육과 연구의 영역도 넓어졌으며, 수많은 학생이 이곳을 거쳐 세상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러한 외형의 성장보다도, 많은 변화를 지나오면서 서울여대가 지식과 능력을 갖추는 것에 앞서 그것을 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세우고자 했던 교육의 정신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기뻐하셨습니다.
이날 선생님께서는 서울여대의 미래를 응원하시며 25만 달러의 기부를 결정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8월 미주 방문에서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75만 달러를 더해 총 100만 달러의 나눔으로 그 뜻을 넓혀주셨습니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특별히 기억에 남은 말씀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 받은 것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곳에 함께 나누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저는 ‘나눔’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자신의 성취만으로 여기지 않고,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다시 다른 사람의 삶을 위해 사용하고자 하는 선택. 선생님의 기부에는 오랜 세월 살아오며 형성된 삶의 태도와 신앙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기금전달식에서 서울여대와의 인연을 회고하며 기부의 뜻을 전하는 장성숙 선생]
선생님은 기부금을 바롬인성교육을 위한 공간의 변화와 크리에이티브 에이징(Creative Aging) 연구에 사용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두 영역처럼 보이지만 저는 그 선택에서 서울여대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보았습니다. 바롬인성교육은 서울여대 교육의 뿌리입니다. 사람을 어떤 존재로 세울 것인가, 지식과 능력을 갖추는 것에 앞서 그것을 어떻게 바르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서울여대의 오랜 질문이 담겨 있습니다. AI가 인간의 많은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한 지금, 이 질문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판단과 책임,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자신의 삶을 어떤 가치 위에 세울 것인가를 생각하는 교육이 더욱 필요합니다. 바롬인성교육 역시 이러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새롭게 발전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서울여대가 미래를 준비하며 새롭게 시작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징 센터입니다. 이 센터 역시 동문 선배님의 귀한 기부로 출발하여 빠르게 고령화되는 사회에서 인간이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보다 건강하고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학문 분야의 관점과 역량을 연결하는 연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장성숙 선생님은 그 가운데 특별히 치매를 경험하는 노인들의 삶을 이해하고, 이들과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와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일에 관심을 두셨습니다. 치매를 질병 자체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지와 심리, 관계와 돌봄, 생활환경과 사회적 지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고 여러 학문 분야가 함께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찾는 것입니다.

[고황경 명예총장의 공관으로 사용되었던 바롬기념관을 둘러보며 개교 초기의 이야기를 전하는 장성숙 선생]
그래서 저는 장성숙 선생님의 선택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를 기억하게 하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문제에 답하며 나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서울여대의 뿌리인 사람을 바르게 세우는 교육과, 고령사회에서 인간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해답을 찾아가는 연구. 65년 전 서울여대의 시작을 함께했던 한 분이 이제 서울여대의 다음 시간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기억하고 계신 1961년의 서울여대와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서울여대 사이에는 65년이라는 시간이 놓여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마음은 세대를 지나 우리에게 전해져 왔습니다. 65년 전 서울여대의 시작을 함께했던 한 분이 오늘, 서울여대의 다음 65년을 축복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2026년 8월 미국에서 재회한 이윤선 총장, 장성숙 선생과 장녀 Yonhee Choi Gordon]
그 귀한 마음이 서울여대가 지켜온 교육의 가치를 오늘의 시대에 맞게 새롭게 이어가고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미래의 문제에 답해가는 교육과 연구로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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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에서 만난 서울여대
2026년 8월 이윤선 총장이 미주에서 만난 기부자들의 이야기를 네 편의 이야기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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