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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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에서 만난 서울여대] 1편 | 시간이 지나 더 선명해지는 것들: 미주 동문들과의 만남
총장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여 LA, 시카고, 워싱턴 DC, 뉴욕에서 서울여대 동문들을 만났습니다. 오랜 시간 모교를 떠나 살아온 분들이 여전히 학교의 소식을 궁금해하고 변화와 발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오랫동안 행동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미주 동문들은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과 학교 발전을 위해 꾸준히 힘을 보태왔고, 역대 총장님들의 방문 때마다 마음을 모아 기부금을 전달하며 서울여대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해 주셨습니다. 이번 방문에서도 여러 동문들이 귀한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2026년 8월 15일, LA 동문 지회 모임에 1961학번부터 2019학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동문이 한자리에 모여 세대를 아우르는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동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이분들의 마음을 다시 서울여대로 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LA에서 만난 선배 동문들은 대학 시절 고황경 명예총장님께 받았던 가르침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신뢰를 지키는 태도와 같이 당시에는 미처 그 의미를 다 알지 못했던 가르침들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습관이 되고,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기준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또 한 동문은 학생 시절에는 채플이나 생활관 교육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때의 교육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나침반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교육의 의미를 학생일 때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경험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삶의 태도와 선택 속에서 다시 발견되기도 합니다. 물론 과거의 교육방식을 그대로 되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시대가 달라졌고 학생들도 달라졌습니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교육의 방법과 언어도 계속 새로워져야 합니다. 다만 한 사람을 지식만 갖춘 사람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 그리고 공동체를 생각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세우고자 했던 서울여대 교육의 정신은 오늘의 방식으로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6년 8월 17일, 시카고 지회 동문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나누며 모교의 비전과 발전 현황을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이번 방문에서 특히 반가웠던 변화는 미주 동문사회 안에서 세대의 연결이 눈에 띄게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동안 각 지역의 지회가 주로 오랜 선배 동문들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면, 이번에는 여러 도시에서 1990년대 이후 학번의 후배 동문들이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선배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자리에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만남은 미국 현지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후배 동문들이 한국의 총동문회와도 연락을 시작하며 모교와의 연결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이번 미주 방문에서 나타난 가장 의미 있는 변화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 세대가 오랫동안 지켜온 공동체에 새로운 세대가 들어오고 그 만남을 통해 지역과 세대, 그리고 모교가 다시 연결되고 있었습니다. 선배들의 경험과 헌신 위에 후배들의 새로운 관계와 참여가 더해지면서 미주 동문 공동체에도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26년 8월 19일, 워싱턴 D.C. 지회 모임에는 동문과 함께 여러 동문 가족도 참석해 모교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었다.]
LA와 시카고, 워싱턴 DC와 뉴욕에서 만난 동문들의 연령도, 전공도, 미국에서 살아온 시간도 달랐습니다. 그러나 서울여대에 대한 기억은 각자의 삶 속에서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추억으로만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동문회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고, 누군가는 선후배를 연결하며, 누군가는 장학금과 발전기금을 보내왔습니다. 역대 총장님들이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동문들이 마음을 모아 학교에 기부금을 전달해 주신 것도 그러한 마음의 표현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방문에서 저는 동문들의 기부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는 자신이 대학에서 보낸 시간과 함께했던 사람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서 비로소 의미를 깨닫게 된 교육에 대한 기억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소중하게 남은 무언가가 후배들의 삶에도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다시 학교를 향한 나눔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서울여대를 떠난 사람들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여전히 서울여대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2026년 8월 22일,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지역의 동문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와 화합의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동문들의 기부를 단지 대학에 보내주신 재정적 지원으로만 기억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안에는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후배들에 대한 애정, 그리고 자신에게 의미 있었던 서울여대가 앞으로도 좋은 교육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소망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이번 미주 방문에서 제가 만난 것은 네 도시의 서로 다른 동문회라기보다, 시간과 거리를 넘어 이어지고 있는 하나의 서울여대 공동체였습니다.
그분들이 오랜 시간 보내주신 관심과 기도, 그리고 기부와 나눔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선배들이 자신의 시대에 서울여대를 함께 만들어왔듯 이제 우리에게는 우리의 시대에 서울여대를 만들어갈 몫이 있습니다. 이번 미주 방문에서 만난 동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여대의 65년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헌신으로 이어져 온 시간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 역사를 소중히 기억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의 우리도 그 역사를 이어가는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서울여대의 다음 시간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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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에서 만난 서울여대
2026년 8월 이윤선 총장이 미주에서 만난 기부자들의 이야기를 네 편의 이야기로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