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인 - 인기 평론가이자 제작사 대표, 윤성은 영화평론가(국어국문 97)
  • 작성일 2025.12.12
  • 조회 98

인기 평론가를 넘어 제작사 대표까지 - 윤성은 영화평론가 동문 인터뷰



안녕하세요, 슈리포터입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요즘인데요. 

한국 영화 역시 글로벌 플랫폼에서 두드러진 영향력을 보이며, 국제 시상식에서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콘텐츠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평론’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평론가로서 활발히 활동하시며, 제작자로까지 도전을 넓혀가고 있는 분을 모셨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국어국문학과 97학번 윤성은 평론가님!

얼마 전 경건회에서의 강연으로 알게 된 슈니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최근 진행된 46회 청룡영화상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며 더욱 주목 받고 있는 윤성은 평론가님의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서울여대인 - 인기 평론가이자 제작사 대표, 윤성은 영화평론가(국어국문 97) 이미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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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영화 평론가 이전의 이야기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97학번 윤성은입니다. 영화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고, 지금은 시사 방송도 병행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Q. 평론가라는 꿈을 꾸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처음 평론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는 대학원 들어가기 직전이었어요. 그전까지는 저도 진로 탐색기를 가지면서, 회사도 좀 다녀보고 교사의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국문과를 나오면 갈 수 있는 진로가 좀 한정되다 보니, 글을 쓰거나 국문학 가르치는 일을 목표로 했었죠. 


교직 이수를 하고,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에 임용고시를 치려고 했었는데 고시 공부가 저랑 잘 맞지 않았고요. 우선 기간제 교사로 일해보자 했는데 그것 역시 저와는 맞지 않더라고요. 가르치는 일을 잘하지도 못하고, 그렇게까지 보람을 느낄 수도 없었고요. 오히려 기간제 일하는 동안 공부하고 글도 쓰고 하다가, ‘나는 이게 성향에 맞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영화는 원래 많이 좋아했었기 때문에 영화 평론가의 길을 꿈꾸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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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론가라는 진로를 처음 선택하셨을 때, 주변에서는 어떤 반응이 있었나요?

A.

저는 아버지가 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가 좀 힘들게 저희 남매를 키우시다 보니 현실적으로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어요. 특히 대학원에 가야겠다고 하니까 크게 반대하셨죠. 돈 되는 직업도, 안정된 직업도 아니었으니까요. 어머니는 제가 교사가 되기를 원하셨어요.


그런데 저도 제가 좋아하는 일 아니면 할 수 없는 사람이고, 남이 인정해주든 말든 싫어하는 일을 꾸역꾸역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강하게 나갔어요. ‘제가 벌어서 대학원 다니겠다’ 이렇게 호기롭게 얘기하고 그 길을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그렇게 과감히 결정할 수 있는 게 대단하다' 그랬어요. (웃음)


 

Q. '서울여대생 윤성은'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아버지가 좀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항상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과외 알바를 많이 했었는데 아까 얘기했다시피 별로 가르치는 데 소질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고요. 또 동아리 같은 학교 활동들에 관심이 많기도 했어요.


중요한 건 정말 바쁘게 지냈다는 거예요. 항상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고, 공부는 공부대로 열심히 해야 했죠. 이런 상황과 보수적이고 엄한 집안 분위기가 맞물려서 자유로운 대학 생활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해야 하는 일들에 억눌려 있었던 상처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풀리지 않고 남아있을 정도였어요. 굉장히 열심히 살았고 학점도 좋은데 항상 집에서는 항상 억압받는 느낌이었거든요.


Q. 다시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A.

영화 평론가라는 직업에 만족하지만, 이미 경험해본 상태에서 다시 돌아간다면 처음부터 평론보다는 제작 쪽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앉아있는 일이 아니라 활동적인 일에 처음부터 뛰어들었다면 지금쯤 돈도 더 벌었을거고... 10년 일하면 한 편 정도는 성공시켜서 돈도 꽤 벌지 않았을까요? (웃음)


어떻게 보면 평론가는 영화 감독이나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그냥 글 쓰는 사람이고, 영화 주변부에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거든요. 반면 제작은 정말 영화계의 중심에 있는 느낌이죠.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화 평론가는 영화인이라는 인식이 흔하지 않았어요. 저는 누구보다 한국 영화를 많이 보고, 공부하고,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인데 영화인 안에도 들어가지 못한다는 건 굉장히 억울한 일인 것 같아요. 그런 개인적인 콤플렉스와 불만 때문에 제작자의 꿈이 있습니다.


PART 2. 윤성은 평론가의 '영화 평론'에 대하여 


Q. 다양한 미디어 작품들 중 영화를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영화라는 미디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제가 평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는 2천년대 초중반이었어서 미디어 분야가 다양한 시대가 아니었어요. 그때는 영상이 아닌 것들에 대한 수요는 적어서, 직업으로서 이외의 분야는 잘 생각하지 않았을 때였던 것 같고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오히려 더 좋았던 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때의 저는 자연스럽게 영화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영화의 매력이요. 일단, 영상 매체는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굉장히 감정이입하기 좋은 매체죠. 저는 그것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다 보니, 어릴 때부터 책과 영화를 통해서 대리만족하고, 상상과 공상으로 내가 할 수 없는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게 좋았어요. 인물들을 보면서 내가 저런 환경에 있었다면 어떻게 살아갔을까를 계속 생각했어요. 영화는 제가 타인을 이해하고 나와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탐구의 기능을 했었죠.


또, 그때는 영화라는 걸 OTT가 아니라 극장에서 봐야 하는 그런 시대였는데요.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경험은 굉장히 특별한 거거든요. 왜냐하면, 모든 영화감독들은 영화를 만들 때 극장에서 보기에 최적화된 작품을 만들어요. 그렇게 정성껏 만들어진 걸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앉아서 함께 집중해서 보는 그 시간들이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기 때문에 더욱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평론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영화평론’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A.

영화 평론을 한다는 건, 기본적으로는 일반 관객들이 볼 수 없는 영역을 대신 봐주는 거죠. 장면 연출 해석 등을 통해 작품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영화 산업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영화들을 많이 보고, 발굴해 주죠. 사람들이 좀 다양한 영화에 시선을 두게 해줍니다. 특히 독립영화 같은 것들요.


물론 상업영화도 평론하죠. 상업영화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거든요. <좀비딸>이 제 취향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많이 보는 데는, 10대들이 그 영화를 보면서 우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귀멸의 칼날>, <체인소맨> 같은 작품들은 왜 사랑받을까. 계속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노력해요.


제 취향이 아닌 장르들이 있지만 그런 걸 뛰어넘어서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이런 지점에서 매력을 느끼는구나’ 하는 것들을 파악하죠.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이 잘 되고 있는데, 그럼 한국에서는 그런 것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없는가’ 이런 식으로 영화 정책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제안하기도 하고요. 영화 산업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이요.


산업 전반적으로 영화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고, 어떤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고, 관객들의 취향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고 이런 것들을 분석해 주는 역할이 저는 굉장히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Q. 한 편의 영화를 비평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접근하시나요?

A.

같은 평론가라고 하더라도 각자 본인이 관심 있는 학문들을 바탕으로 많이 접근해요. 저는 굳이 말하자면, 문화 비평적인 관점에서 많이 보려고 하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영화 흥행이 지금 상황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 작품이 어떤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주고 있는지 같은 것들이요. 영화마다 접근법이 다르기도 해요. 아무래도 어떤 영화는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어떤 영화는 심리학적으로 봐야 의미가 있고 그렇습니다.


​저는 국문학도였기 때문에 영화 서사 내러티브, 캐릭터 분석 같은 것들을 잘할 수 있는데요. 대학원에서는 영화 매체, 영화 역사, 영화 작가론 이런 것들을 공부했기 때문에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미학성, 그러니까 미장센을 분석하기도 합니다. 영화사에서 이 영화가 가지는 의미도 파악하고요. 


Q. 평론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 ‘완성도 높은 영화’란 어떤 영화인지 궁금합니다.

A.

장르적으로 ‘뻔한 이야기인데 어떻게 이렇게 잘 만들었지’ 하는 영화도 물론 좋은 영화로 느끼는데요. 영화인들은 새로운 영화를 늘 갈망하거든요. 물론, 영화 역사가 130년 가까이 되다 보니 그런 영화가 나오기 쉽지 않아요. 옛날에 다 했던 거라서. 그래서 더욱, 새롭게 느껴지는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아요.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최근 작품 중에서는 정말 좋았던 영화가 라는 영화인데요. 이 영화가 <헤어질 결심>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어요. <헤어질 결심>도 물론 좋지만, 이런 영화들은 1년에 칸 영화제에 몇 편씩 나올 수 있다면, 같은 경우는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그런 기발한 발상과 형식으로 만들어졌거든요. 형식 자체가 완전히 새롭다기보다는, ‘멀티버스’라는 콘셉트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걸 가지고 저예산으로 훌륭한 완성도의 B급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대단한 거죠. 작품이 담고 있는 휴머니즘 같은 것들은 모든 세대, 모든 문화권이 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이처럼, 영화를 볼 때, ‘이 영화가 영화사에서 얼마나 기억될 수 있는 영화일까’를 많이 보려고 노력합니다.


 

Q. 영화를 평론할 때 한 작품을 몇 번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개인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강의를 한다거나 비평글을 써야 된다면 최소 두세 번은 보는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본 영화는요. 비평문을 쓰기 위해서 봤던 영화는 아니고, 개인적인 취향으로 되게 좋아했던 영화인데요. 대학 강의할 때 학생들한테 항상 보여줬는데, 그러면 저도 계속 반복해서 같이 보게 됐죠.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입니다. 저는 그 영화를 여러분 나이대에, 98년도에 처음 봤거든요. 그때로서는 그런 형식의 영화는 거의 없어서, 이해하기도 어려울 정도였어요. 과장하지 않고 얘기해서 한 7, 80번은 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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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 <러브레터>


Q. 비평문을 작성하는 평론가님만의 팁이 있을까요?

A.

비평하는 데에는 질문을 던지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학 시절 썼던 책 비평문을 기준으로 먼저 말씀드리자면요. ‘앞뒤 내용이 모순적이지는 않나?’, ‘틀린 내용은 없나?’,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 책과 괴리감이 있진 않을까?’ 이런 질문들을 던졌고요. 또, 고전의 경우, ‘현대사회에서는 지금 이런 이야기가 통하는 것일까?’, ‘우리 문화권에서 통하는 것일까?’ 이런 일반론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는 거죠. 그러다 보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 비평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영화’가 나올 때에도 80%의 사람은 좋다고 하더라도 10-20%의 사람들은 별로라고 하는 지점들이 있거든요. 그러면 그 부분을 파고드는 거죠. 별로로 느껴진 지점들을 감독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연출한 것인지, 그 부분이 가지는 의외의 장점들이라든지. 


대중적으로 비판받는 영화가 제가 보기에는 너무 좋았다고 하면, 지적받는 부분을 제가 옹호해 주죠. '약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좋은 부분이 많습니다.' 이렇게요.



Q. 비평을 ‘글’로 풀어낼 때와 ‘말’로 전달할 때 각각 어떤 차이를 느끼시나요?

A.

말로 하는 게 훨씬 시간은 덜 걸려요. 글을 쓸 때는 단어 하나를 쓰는 데도 정말 많은 고민을 하거든요. 요즘은 유튜브 출연을 자주 하는데, 유튜브는 말이 좀 꼬이거나 부적절한 단어를 써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매체잖아요. 근데 글 같은 경우에는 적재된 단어를 써야하고 완벽하게 완성된 모습을 보여줘야되니까 시간이 정말 많이 걸리죠. 


처음에는 평론가가 되기 위해서 글만 잘 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말을 잘 해야하는 시대여서 처음에는 너무 적응이 안되더라고요. 어떤 영화에 대해 소개할 때, 느낀 점과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방송에서는 짧게 얘기를 해야되니까 머릿속이 꼬여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글을 쓸 때는 어려운 표현들도 자주 쓰잖아요. 그런데 유튜브에서는 보편적인 언어로 풀어서 설명해야 되니까 처음에는 너무 어렵고 나랑 안 맞는다고 느껴졌어요. 평론가로서 조심스럽게 말하다 보니 남들이 보기에는 버벅거린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현재 평론가는 글보다도 말로 영화를 소개해야 되는 사람이 돼버렸으니까요. 어떻게 설명하면 사람들이 내가 느낀 그대로를 느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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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톡 포스터


Q. 업계 감독님들과 친분이 생기면, 비평을 쓸 때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민하시는 부분들이 있나요? 

A.

물론 고민을 하죠. 그래서 업계에서도, 비평가로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독들이나 제작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게 좋지 않다고들 얘기를 해요. 그런데 저는 원래 사람을 좋아하고, 영화를 제작하는 게 꿈이다 보니 제작자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죠. 또, 감독님이 어떤 생각으로 그 영화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사석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는 부분이 많고 그게 너무 흥미롭거든요.

그리고 원래 제 비평 성향이 영화를 비판하기보다는 장점을 많이 얘기하는 편이라, 저는 감독님과의 친분이 비평에 크게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Q. 평론가님의 인생 영화가 궁금해요! 

A.

인생 영화에 대한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데요. 항상 이야기하는 건 <빌리엘리어트>에요. '이 영화가 최고의 감동이야, 내 인생의 변환점이야' 이런 의미보다는 '이런 종류의 영화를 좋아합니다'라는 의미로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스토리에 감동도 있으면서, 예술적인 완성도, 다양성과 시대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전체적으로 잘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에요.


또 어떤 분들은 그냥 '어제 본 영화가 최고의 영화가 최고의 영화다' 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 말도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어제 본 영화가 내 취향에 맞고 잘 만든 영화라면 인생영화는 매일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영화를 하게 해준, 제 인생의 모멘텀이 된 영화들 중에 꼽자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본 <히트>라는 영화를 말하겠습니다. 그 영화를 봤을 때, '정말 영화라는게 내 인생에 큰 의미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대학원에 들어가서 본 영화 중에 <카메라를 든 사나이>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제 영화의 지평을 넓혀준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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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달드리 <빌리엘리어트>



PART 3. 다음 챕터를 향해서


Q. AI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영화계와 영화 평론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솔직히 진짜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AI 사용은 분간하기가 어렵잖아요. 앞으로는 어려운 걸 넘어서 불가능해질지도 모르고요. 최근에도 일본 사진 시상식에서 1등을 한 작품이 AI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상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는데요. 이런걸 보면 정말 어려운 세상이 된 것 같아요. 사실 명령어를 넣는 것도 자신의 능력이라고 볼 수도 있는거고요. 똑같은 프로그램을 써도 재능과 역량에 따라 이 사람이 만든 게 더 뛰어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작품을 AI가 만들었는지, 사람이 만들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무엇으로 만들었든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게 중요하게 되는 거죠. 최근 개봉한 <중간계>도 CG를 모두 AI로 만든 최초의 영화라고 하잖아요. CG 때문에 흥행에 실패한게 아니거든요. AI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중요한게 아니었다는 거죠. 앞으로는 그냥 공존해야 하는 것 같아요. AI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죠. 



Q. 이제는 복층엔터테인먼트의 대표님이세요. 현재 회사에서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A.

지금은 <거울의 집>(가제)이라는 공포영화를 디벨롭 하고 있습니다. 복층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1월 1일에 설립한 회사인데요. 사실 당시에 코로나로 인해 업계가 급속도로 안 좋아진 이후 현재까지 회복이 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요. 오히려 더 최악이 됐죠. 단순히 '사람들이 영화를 많이 안 봐'라고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영화 산업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내년, 내후년에 개봉할 한국 영화가 없어요. 원래는 상업영화가 매주 한두 편씩은 개봉을 했었는데, 내후년이 되면 1년에 10편도 개봉을 안 할 거예요. 한두 달에 한 편 개봉할까 말까인 거죠. 


이런 상황이니 주변 사람들은 다 왜 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느냐고 묻죠. 하지만 저는 재미있는 영화가 하고 싶고, 재미있는데 잘 만든 영화를 만들 거예요. 누군가의 인생 영화가 될 수 있는 영화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디벨롭 하고 있는 영화는 공포영화인데요. 공포 영화는 리스크가 적은 편이에요.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고, 마니아층이 확실해서 해외 상권으로 수출하기가 좋아요. 어느 나라든지 B급 공포영화들이 있잖아요. 저희가 만들고 있는건 최소로 잡아도 20억대의 영화인데 요즘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만들려면 탑 배우를 써야만 해요. 그래야 100만 관객을 넘을 수가 있고, 손해를 안 볼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상업영화들도 관객 70만 명을 겨우 찍는 상황이라서요. 영화를 찍는다는 것 자체가 사실 정말 힘든 시대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무사히 영화를 잘 만들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영화 평론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현실적으로 지금 직업으로 하기에는 평론가는 사라지고 있는 직업이라는 부분도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만약 나는 영화를 보고 분석하고 비평하는게 너무 좋다고 한다면 관련 분야의 교수가 되거나 유튜버가 되는 등 다른 방식으로 그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돈이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평론가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책을 많이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많이 읽고 많이 써 봐야 하는 건 변하지 않는 평론가들의 덕목인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도 잠깐 언급했지만 계속 말하는 연습을 하셔야 돼요. 평론가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유튜브 같은 매체에 출연을 해야되는 시대라서요. 사실 제가 처음 유튜버들이랑 같이 방송하기 시작했을 때는 불만이 많았어요. 재미있게 진행하기 위해 강하고 자극적인 워딩을 사용하고, 그 과정에서 틀린 내용과 일반화가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예를 들어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이렇다"라고 단언해버리는 거예요. 그런데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말해 줘야 좋아해요. 이게 아직도 딜레마예요. 그래도 대중의 공감을 얻게 표현하고, 말을 잘하는 건 그들의 능력이니까 인정하고 배울 점은 배워야죠. 어쨌든 말하기 능력이 요즘 시대에는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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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윤성은 평론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모든 질문에 솔직하고 자세하게 답변해주신 평론가님 덕분에 슈리포터에게도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영화 평론을 넘어 제작자로서의 도전까지 이어가는 평론가님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거울의 집>(가제) 개봉 소식이 들리면 저 슈리포터도 가장 먼저 극장으로 달려가 꼭 챙겨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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