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만드는 당신의 외침을 기록하고 싶어요"
한겨레 고나린 기자 인터뷰(저널리즘 19)
안녕하세요, 슈리포터입니다. '언론 고시'라는 치열한 길을 뚫고,
4학년 2학기 재학 중 당당히 '한겨레'에 합격한 선배가 있습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꿈을 이룰 수 있었던 합격 비결부터, 기자가 된 지금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까지!
한겨레 고나린(저널리즘 19) 기자님을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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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궁금해서 갔어요", 기자가 되기까지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널리즘전공19 고나린 기자
A.
안녕하세요, 서울여대 저널리즘 19학번으로 입학해 2023년 10월 한겨레에 입사했습니다. 학부생 때는 학교를 다니며 매일경제에서 6개월, 미디어콘텐츠 스타트업 뉴닉에서 4개월 정도 인턴을 했어요.
입사 후 2년 정도 사회부 이슈팀에서 서울의 경찰서, 지방검찰청, 지방법원, 시민단체 등을 출입했고, 올해 8월부터는 젠더팀으로 옮겨 성평등가족부를 출입하며 젠더 관련 이슈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Q. ‘기자가 되어야겠다’고 확신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나 순간이 있으셨나요?

A.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뉴스를, 고등학교 때부터 신문을 꾸준히 읽었어요. 세상 일에 대한 관심이 많아 저널리즘 전공을 택하게 됐고, 수업을 들으며 기사를 더 많이 읽다 보니 기사에 나오는 '현장'이 궁금해졌습니다. '나도 현장에 가보고 싶다', '직접 질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습니다.
학부시절에 뉴스를 보다가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분이 국회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얼마나 억울하면 그럴까 궁금해서 무작정 현장을 찾아갔습니다. 당사자에게 직접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고 피해 지원도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들으니 많이 와닿았어요. 그때 "이렇게 한 명 한 명 알아주는 게 큰 힘이 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 변화를 바꾸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기자가 되는 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서울여자대학교에서의 강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재학 중 작성했던 '지방 취준생의 고충'을 담은 기사(오마이뉴스)
A.
두 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하나는 박진규 교수님의 '미디어와 젠더 세미나'입니다. 매주 젠더 관련 이슈로 토론을 했는데, 내 생각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됐어요. 다른 하나는 김미라 교수님의 '미디어 시사 글쓰기'입니다. 기말고사 때 '지역 취준생의 고충'에 대한 기획 기사를 썼는데, 서울로 온 취준생을 동행 취재하고, '사람인' 채용 공고 2,500건을 데이터로 분석하기도 했어요. 한 주제에 몰입해 취재 방식을 고민하고 기사까지 써보는 경험이 지금 하는 일과 같아서 미리 해본 게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Q. 학부 때 했던 활동 중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경험은 무엇인가요?
A.
저는 오히려 수료증이 나오는 활동보다, 궁금한 현장이 있으면 직접 가서 몸으로 부딪쳐보고 그 내용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했던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형제복지원 농성 현장, 미얀마 쿠데타 반대 집회, 가습기 살균제 공청회 등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썼어요. 한 번은 수업 과제 겸,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 장례'에 상주로 직접 참여하고 시민단체를 인터뷰해 기사를 쓴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직접 관심 이슈를 탐구해 보고 기사로 남긴 경험을 입사할 때 독특하게 봐주셨던 것 같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매일경제와 뉴닉 인턴을 하며 경제기사를 다룰 일이 많았는데 이론없이 실무에 바로 투입되다 보니 더 자세히 공부해보고싶어 경제학 부전공을 신청했습니다.
비록 수료는 못했지만, 배워두니 어려운 경제 기사를 읽을 때 확실히 도움이 되었어요.
Q. 현장을 찾아갔을 때 소속이 없는 학생 신분으로 취재를 시도하면 어려움이 많았을 것같아요. 어떠셨나요?
A.
각을 잡고 인터뷰하기보다, 현장을 지켜보며 궁금한 점을 메모했어요. 그리고 관련자분께 "서울여대 저널리즘 전공 학생인데, 보다가 궁금한 게 생겨 여쭤봐도 되겠냐"고 다가갔습니다. 그렇게 다가가면 내치지 않으시고 오히려 더 잘 알려주시더라고요.
기사로 쓰고 싶을 땐 "이 내용을 기사로 써서 올려봐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처음부터 목적이 확실한 취재는 메일로 정식 요청을 드렸고요. 소속을 정확히 밝히고 양해를 구해 취재를 했습니다. 취재는 100% 성공하는 게 아니니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PART 2. "참신함보다 꼼꼼함", 한겨레 기자가 되다
Q. '언론고시'라 불릴 만큼 길이 치열한데, 비교적 빠르게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이나, 스스로 생각하는 합격의 핵심은 무엇이었나요?
A.
비결이라기보단 여러 경험이 쌓인 덕분인 것 같아요. 세상에 궁금한 게 많아 직접 부딪쳐 보는 성격, 꾸준히 신문과 뉴스를 읽어온 습관, 기사 쓰는 경험들이요.
특히 뉴닉에서 인턴을 할 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업무를 주로 했는데요. 핵심을 파악하고 글을 빨리 쓰는 데 연습이 많이 됐습니다.
사실 '언론고시'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많이 작용해요. 저도 인턴 때 경험해봤던 주제가 시험에 나오기도 했어요.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많은 언론사 중 '한겨레' 입사를 준비할 때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이 있으신가요? 실제 채용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실기를 볼 때 순발력과 꼼꼼함이 핵심이라 생각했습니다. "참신하진 못해도 근거 있게 하자"라고 다짐했어요. 실제로, '아파트'라는 주제로 반나절 동안 르포 기사를 쓰는 실기 전형에서는 며칠 전 본 노후 아파트 화재 기사가 떠올라, '노후 아파트의 소방 시설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를 주제로 잡았습니다. 네이버 부동산으로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와 강남구를 찾아가, 아파트 몇 동을 직접 계단으로 돌며 소화전과 방화벽 상태 등을 스케치했어요. '몇 세대 중 몇 세대가 관리가 미흡했다'는 식으로 근거를 확보하려 했죠. 주민과 관리사무소 직원 인터뷰를 시도하고,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는 예전에 인연이 있던 소방방재학과 교수님께 즉석 전화 인터뷰를 요청해 기사를 완성했습니다.
참신한 주제는 아니었지만, 현장 스케치, 당사자 인터뷰, 전문가 인터뷰라는 기본 구조를 꼼꼼하고 근거 있게 채우려 한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Q. 사회부에서 일하다가 젠더팀으로 옮기게 되셨다고하셨는데요.젠더팀 배치는 본인의 희망이었는지, 혹은 배치 후 흥미를 느끼게 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네, 제 희망이었습니다.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애초에 제가 한겨레가 1지망이었던 이유이기도 한데요.
젠더, 노동, 인권 등 제가 관심 있는 이슈를 인권의 관점에서 가장 잘 쓴다고 생각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한겨레21'을 애독했을 만큼 원래 좋아했습니다.
특히 한겨레는 국내 언론사 최초로 젠더 데스크와 젠더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든 회사예요. 이렇게 젠더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팀에서 꼭 한번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원래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Q. 지금까지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나,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하는 취재 경험은 무엇인가요?

경기도 화성의 한 공장에 일용직으로 위장근무 할 때
A.
경기도 화성의 한 공장에 일용직으로 위장근무 할 때 두 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먼저, 화성 일차전지 제조공장 화재 사고 한 달 후에, 공장들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경기도 화성 인력사무소를 통해 공장에 일용직으로 위장 취업을 했던 경험입니다. 직접 가보니 근로계약서 미작성, 신원 확인 부재, 불법 파견, 안전 교육 부재, 이주 노동자를 위한 다국어 매뉴얼 부재 등 수많은 불법과 문제점들이 보였습니다. 현장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끝까지 발로 뛰는 기자가 되겠다'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힘들었어서 기억에 남는 취재였습니다.
또 하나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 보도입니다. 당시에는 특정 대학의 문제로만 기사가 나왔었는데, '과연 여기만의 문제일까?' 싶어 텔레그램 방에 잠입해 보니 전국 70여 개 대학, 심지어 중고등학생 대상 방까지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어요. 단독 보도 이후 여러 매체에서 기사가 발행되고, 공론화가 됐습니다. 이후 정부기관들의 대책회의를 통해 관련 법 제정 등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을 행동으로 옮겨 변화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PART 3. "변화를 만드는 당신의 외침을 기록하고 싶어요."
Q. 젠더 이슈처럼 쉽지 않은 주제를 다룰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자님만의 가치나 원칙은 무엇인가요?
A.
젠더팀에 온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아직 저도 배우는 과정에 있지만, 제 개인의 철칙은 '취재원 보호'와 '기계적 중립 지양'입니다.
취재원 보호는 사실 모든 팀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이에요. 특히 젠더팀의 경우에는 범죄 피해자분들이 많아 절대 특정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실 관계 확인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어서 경찰 쪽에 확실히 확인합니다.
기계적 중립 지양은 특히 성소수자 관련 기사를 쓸 때 적용을 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차별 금지법 반대 측의 논리 중에서는 법 자체를 오해한 경우가 많습니다. "싫다고 말만 해도 잡혀간다"라는 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이라는 오해가 있습니다. 차별 금지법은 취업 등의 특정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이 아니거든요. 이럴 때 찬성과 반대 양측 주장을 실어주기만 하는 기계적 중립은 오히려 혐오를 재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차라리 그 오해를 바로잡는 '팩트 체킹' 기사를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Q. 딥페이크나 스토킹 범죄처럼 '피해자 보호'와 '공익적 보도' 사이의 윤리적 딜레마를 겪으실 때, 어떻게 균형점을 찾으려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스토킹 범죄의 경우, 피해자분께 신뢰를 드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피해자분이 원하지 않는 내용은 빼고 기사 초안을 미리 공유해 피해자분이 특정될 것 같은 부분은 수정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대신 팩트체크를 위해 수사 결과 통지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요청드립니다. 기사에 쓸 때는 당연히 이름이나 나이를 가명을 씁니다. 그리고, 피해자의 피해 시점을 너무 자세히 쓰면 그걸로 피해자가 특정될까 봐 피해 시기를 약간 바꿔 쓸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으로 취재원께 신뢰를 드리고, 기사 쓸 때도 조심스럽게 쓰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피해자 보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딥페이크 건은 저도 고민이 많았는데요. 잠입 취재를 했을 때, 정말 충격적인 내용이 많았지만, 일부러 내용을 기사에 자세히 쓰지 않았습니다. 자칫 호기심을 자극해 범죄를 홍보하거나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사는 최대한 정제해서, 자세한 묘사는 피하고 핵심 분석 위주로 쓰려고 합니다.
Q. 기자 지망 시절에 생각했던 모습과 실제 기자가 된 후의 모습에 다른 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물론 막연히 기자를 지망했을 때 생각했던 부분과는 다른 부분이 많죠. 바쁘고 힘든 직업인 건 각오해서 괜찮았는데, 생각보다 사람과 친해져야 하는 직업이더라고요.
궁금한 게 생겼을 때, 부처 담당자와 평소 친분이 있으면 부담 없이 연락해서 물어볼 수 있는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내향적이라 그게 좀 어렵긴 하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기자라는 직업을 준비하는 후배 슈니들에게 "대학 시절, 언론인을 꿈꾼다면 이것만은 꼭 해봐라!" 하는 현실적인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언론사 입사를 위해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건 마지막 학기나 졸업 이후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많고 두려움이 없는 대학생 때 꼭 해봤으면 하는 건, 아까 이야기했던 대로 '발품을 많이 팔아보는 것'입니다.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많아야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모든 것에 질문을 던져보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모르는 사람에게 말도 걸어보고, 현장에 직접 가보는 경험을 학부생 때 해보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그리고 기사를 읽을 때, 그냥 내용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그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은 어떤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연습을 하면 좋겠습니다. 주제를 파악하고 장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기자가 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아직 부서를 두 곳밖에 경험하지 못해 저도 계속 생각하는 단계지만, 제 네이버 기자 페이지 문구처럼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외침을 기록하고 싶어요. 저는 기사나 기자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세상은 시민들이나 법이나 제도와 관련되어 있는 관계자들이 바꾸는 거죠.
기자는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이나, 말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의 외침을 '기록'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려진 외침이 있다면 잘 찾아내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잘 남기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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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외침을 기록하는 고나린 동문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기자를 꿈꾸는 학우들에게 궁금증을 행동으로 옮기는 활동을 추천하신다는 말이 오래 남았는데요,
기자가 되고 싶은 학우들에게 이번 인터뷰가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그럼 다음에도 흥미롭고 유용한 이야기를 들고 돌아올게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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