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인 -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자 안수현 동문(국문17) 과의 인터뷰!
  • 작성일 2025.02.12
  • 조회 790


<토마토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자 안수현 동문(국문17) 과의 인터뷰!



슈니 여러분, 안녕하세요~ 학생기자단 슈리포터입니다.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을 보내는 요즘, 쨍쨍한 날씨의 여름이 그리워지기도 하는데요.

시원한 선풍기 옆에서 먹는 토마토가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


오늘은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토마토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이라는 제목의 시로 당선된 안수현 동문을 만나봤는데요!


함께 만나러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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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대인 - 2025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자 안수현 동문(국문17) 과의 인터뷰! 이미지1



< 토마토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음 >


                                                         안수현


 윗집은 오늘도 많이 더운가 보다

아무렇게나 잘라두어 우리 집 창문에 아른거리는

에어컨 실외기 호스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엄마는 시끄럽다면서도

마른 토마토 화분을 물자리에 밀어둔다



새순 발끝을 받치고 있는 큰 줄기

손끝이 새파랗다

너를 이렇게밖에 밀어올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는

누군가와 닮았다



왜 자꾸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걸까,

그냥 그렇게 된 건데 우린

순진한 토마토일 뿐인데



어차피 충분히 어른이 되면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자신을 떨어뜨려야 할 텐데


땅에서 났으면서도

먼 하늘만 보고 자라

땅에 묻히기를 두려워하는

엄마 없는 엄마와 엄마밖에 없는 딸


토마토는 어디에서든 뿌리를 내린다

홀로 오래 있었던 토마토 과육에선

제 심장을 디디고 선 싹이 자라곤 한다

해묵은 양수를 받아마시며,


그것은 꽤나 외로운 일이다

그래도 토마토는 그렇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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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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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이번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안수현(국문17) 이라고 합니다 :)

서울여자대학교를 졸업한 후 이화여대 대학원에 진학하였고, 현재 박사 과정 수료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Q. 신춘문예에 작품을 내시기까지 어떤 고민이 있으셨는지, 작품을 내게 된 계기와 당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A. 사실 신춘문예나 문예지 투고는 한 지 좀 됐어요. 석사 때부터는 계속했던 것 같아요. 4년 정도 된 거죠. 제가 느끼기에 항상 그랬듯, 이번에도 100% 완성된 수준이 아니었어요. 시를 쓰면 객관적으로 몇 점이다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불가능하다고도 생각하고요. 그래서 계속 미달되는 느낌이었고, 큰 기대감 없이 냈는데 당선이 됐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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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시는 여름에 메모를 해놓고 쓴 시에요. 

작년 여름에 토마토를 많이 샀는데 정신없이 살다보니 사놓고 다 못 먹는 경우가 많아서 후숙이 많이 된 토마토를 먹었어요. 

그런데, 그 토마토를 가만히 놔두면 씨가 자라더라고요. 후숙이 많이 되었다보니, 새싹 채소 같은 걸 먹는 것 같은 이질적인 감각을 처음 느꼈어요. 


그 때 '이 안에서도 무언가가 자라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또, 저는 항상 엄마한테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엄마에게 제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나누는걸 좋아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저에겐 엄마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엄마는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제가 엄마를 느끼는 것처럼 의지할 사람이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엄마는 대체 어떻게 살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아이디어와 여름에 느꼈던 '새로운 곳에서의 자라남'이 연결되어서, 토마토가 자라는 모습이 엄마가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되었어요.


Q. <토마토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에서 꼽고 싶은 구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것은 꽤나 외로운 일이다 

그래도 토마토는 그렇게 한다


<토마토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 마지막 구절



A. 저는 마지막 구절을 좋아해요. 제가 마음을 많이 담아서 쓴 부분이거든요. 힘들어도 어떻게든 살아내고 버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의 마지막 부분을 적었어요.



Q. 시를 쓰면서 힘들고 좌절하던 순간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려주세요.


A. 시에 정답이 없는데, 데뷔해서 사람들에게 시를 보여줘야 하는 시스템이 어렵게 느껴졌어요. 다다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갈 수 있는지를 알 수가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대학원에 와서 지도 교수님이 시를 봐주시는데, 그때마다 '더 과감하게 써라, 솔직해져라' 이렇게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럴 때마다 '여기서 어떻게 나를 더 드러내지..?' 라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어디까지 나를 내려놓아야 하는지,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해야 되는지 막히더라고요. 지금도 어려운 건 변함없는 것 같아요. 


 그 후 점점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소소한 것도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조금씩 회복된 것 같아요. 솔직해지는 것이 어렵지만, 이번에 당선된 시도 편하게 툭 쓴 거였거든요. 이대로 계속 연습하면서 활동 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자신감이 생기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웃음)

 또 대학원에 있었던 합평회에서 <토마토가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에 있음> 시를 보고 계속 이렇게 써보라는 평을 받았고, 포기하려던 와중에 이 시가 당선이 되었어요. 계속 봐주고 믿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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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의 안수현 동문의 모습


Q. 수현 동문님에게 ‘시’ 란 어떤 존재인가요?


A. 시는 제가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구역인 것 같아요. 저는 평소에도 감정을 잘 못 숨기는 편이지만, 누구나 드러내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들까지 다시 생각하게 해주고, 글로 표현해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시입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시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이유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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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말 많지만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시인은 김혜순 시인입니다. 최근에 나온 <지구가 죽으면 다른 달은 누굴 돌지> 시집이 있어요. 그 시집이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요. 그 시집에서 시인의 첫 말이, '엄마, 이 시집은 읽지마, 다 모래야'로 시작돼요. 그 말이 삶을 사는 데 있어서 부담을 덜어주는 말이기도 하고, 삶이 무엇인지 엄마와 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시집이라 좋아해요. 머리를 써야하는 시보다,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들이 좋더라고요.


 또 요즘에는 그림이 있는 시들을 많이 보고 있어요. 이소호 시인의 시들이 타이포 그래피와 삽화 활용이 많아요. 최근에는 우화처럼 시집을 만들더라고요. 문보영 시인도 좋아하는데,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 을 좋아합니다.


Q. 학부 생활 당시 어떤 학생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 학교 생활은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대학교를 다닐 때 학교에서 시간을 정말 많이 보냈어요. 소리마당 동아리를 오래 했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합주실에서 보냈던 것 같네요.

문예창작 연계전공도 했고, 전공 수업들을 다 좋아하다보니까 학교가 너무 좋았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경험해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걸 계속 해야하고, 하고싶은 사람이라 바쁘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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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현 동문님의 소리마당 활동 당시 모습



Q. 가장 기억에 남는 전공 수업이 있다면, 또 시인을 꿈꾸는 학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수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직접 시를 써보고 학우들과 같이 서로 시에 대해 얘기해 주는 수업과 그런 공간이 좋았어요. 작품을 보여주고 서로 피드백도 해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합평이라고 하는데, 합평을 하는 수업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문예창작입문>, <현대비평론>, <시창작의 이론과 실제>, <문장구조의 이해> 처럼 합평을 하는 수업을 추천하고 싶어요. 



Q. 대학원 생활은 어땠는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계기와 생활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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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현 동문의 서울여자대학교 학부 졸업, 이화여자대학원 석사 졸업 사진


A.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국어국문학이 좋아서 그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해야겠다는 생각 하에 바로 갔던 것 같아요. 또 학부 지도 교수님이셨던 이재성 교수님께서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학원에서는 보통 2~3개의 수업을 들어요. 학부 수업보다 해야할 것들이 훨씬 많고, 한 수업당 단행본을 한 권 이상 읽고 써야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힘들었지만 재밌었고 많이 성장했어요. 제가 선배의 입장이 됐을 때 후배들에게 어느 정도로 다가가고 챙겨줘야 되는지 고민이 많이 되기도 했어요. 일반적으로는 과제를 하거나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수업 후에 도서관에 가는 루틴으로 계속 보냈던 것 같습니다.


Q.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자질,마음가짐 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솔직함'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선한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착하게 살자' 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엄격해지다보니까,  글을 쓸 때도 생각들이 걸러지더라고요. 사실 '선'이라는 관념 또한 상대적이잖아요. 공부를 하다 보니까, 지금은 통상적인 의미에서 선하든 선하지 않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느껴요.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내가 나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내가 원하지 않는 못난 모습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것에 솔직하게 임하며 살고, 솔직하게 쓰는 것이 자신에게도 좋고 글로 소통하기에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Q. 마지막으로 시인을 꿈꾸는 슈니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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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는 무언가에 항상 특출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단지 좋아하는 걸 하고, 좋아하니까 끝까지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

그렇게 살다보니 언젠가는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우리 세대는 스스로에게 너무 박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을 버티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빡빡하게 굴기 시작하면 더 힘들어지잖아요. 여러분 모두 존재 자체만으로 유의미하고 멋진 존재들이니까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주변에서도 그 길을 함께 해 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거든요. 저도 여러 번 경험했답니다. 

 즐겁고 행복하게, 스스로를 믿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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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현 동문과의 인터뷰는 여기까지입니다!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자유로운 삶은 우리 모두가 원할만한 삶인 것 같네요.

슈리포터는 슈니 여러분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재미있는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답니다:)


또, 안수현 동문님의 신춘문예 당선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겠습니다 :)


시인을 꿈꾸는 모든 슈니들에게 힘이 되었길 바라며, 

다음 글에서 만나요-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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