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SWU - 소설가 겸 EBS방송작가 연소민 학우(사학23) 인터뷰
  • 작성일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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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겸 EBS방송작가 연소민 학우(사학23) 인터뷰


따사로운  5월의 봄날,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오늘 슈닌터뷰에서 만나볼 슈니는

소설가 겸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계시며,

<공방의 계절>을 출간하신 연소민 학우입니다.

얼마 전 <공방의 계절>은 한국소설 베스트셀러 top100에도 오른 바 있는데요,

학우님의 다채로운 N잡 생활과 책 이야기, 함께 들어보러 가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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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안녕하세요, 학우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서울여자대학교 사학과 23학번 재학생 연소민이고, 동시에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작년에 등단을 한 소설가로, 이번에 '공방의 계절'을 출간했고 동시에 ebs에서 지식채널e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4년차 방송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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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의 계절> 내 연소민 작가 소개


소설가와 방송작가라는 두 직업을 가지고 계신 점이 인상깊습니다.방송작가와 소설가는 글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안에 묶이긴 하지만, 결이 다른 글을 씁니다.

방송작가는 영상으로 이야기를 하기에 글쓰기를 기본으로 하지만, 그 외에도 많은 업무를 해야합니다. 소설가로서는 조금 더 자유롭게 저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직업은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택한 직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결국 직업으로서의 의미는 결코 다르지 않다고 느낍니다.

또 저는 원체 호기심도, 욕심도 많은 사람이라 저에게 있어서 직업을 하나만 가지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웃음) N잡러라서 정말 행복합니다.


Q. 글 쓰는 일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탐독했어요.  어머니 덕분에 집 두 벽면에 항상 전집이 한 질씩 쌓여있었고, 초등학생 때부터 걸어서 오분 거리의 시립도서관에서 주말마다, 방학마다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신기하게도 글 쓰는 일을 한 번도 직업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원래도 미술사학에 관심이 있어서 사학과에 진학한 거고요. 그래서 '어쩌다가 내가 소설가가 되었지?'라면서 인과가 불분명하게 느껴지다가도, 결국은 뚜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오래 전부터 내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든,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되든 글은 계속 쓰겠다는 걸 확신했거든요. ‘공무원이 되든, 회사원이 되든, 나는 글과 항상 함께하는 사람이다’라는 그런 신념을 갖고 있었던 거죠.

그러다가 작년에 '진짜 내 글을 써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스무살 때부터 습작은 해왔지만 공모전에 내보진 않았거든요. 방송작가 일과 학교를 병행하다보니 양질적으로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도 있고요. 그런데 또 ‘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객기가 생긴거죠. 그렇게 제대로 소설을 쓰게 된 지 이제 일 년밖에 되지 않았어요. 운 좋게 수상을 해서 등단도 하고 좋은 출판사도 만나게 되었어요.



Q. 이번에 출간하신 <공방의 계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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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공방의 계절>은 공방에서 사계절 동안 일어나는 일을 잔잔하게 담은 내용입니다. 히키코모리로 삶이 권태로운 주인공 '정민'이 우연히 도예라는 취미생활을 가지면서 생기를 찾고, 또 흉터가 아물고 한 뼘 성장하게 되는 담담한 성장소설이죠. 재미있는 사실은, 일산의 밤가시마을에 '소요'라는 작은 공방이 실제로 존재해요. 제가 거기서 도자기를 배웠다는 거예요.


Q. <공방의 계절>에서 가장 애정하는 등장인물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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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의 계절> - 작가의 말


저는 <공방의 계절>의 기식이라는 남자 등장인물을 애정해요. 기식은 항상 정석대로, 조건에 맞춰 살아온 33살 남성이에요. 그런데 대기업을 잘 다니다가 그만두고 33살을 기점으로 공방을 다니기 시작하며 자신의 삶을 바꾸고자 했죠.실제로 만나면 얄미울 수 있는 인물이지만 기식이 가지고 있는 어딘가 소년같은 낙천적인 성격이 참 마음에 들어요. 저도 타인의 시선에 맞춰진 삶을 살아오다가 여러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거든요.

기식의 낙천적인 면을 코웃음 치면서도 괜히 가까이하고 싶고, 주위에 기식과 같은 사람이 있다면 굉장히 자극을 받게 될 것 같은 인물이기에 애정합니다.


Q.가장 아끼시는 작품이 궁금합니다.


A. 아무래도 모든 소설가가 그렇듯이 첫 작품이 가장 애증이지 않을까, 싶어요. 돌아보니 실수투성이고, 고치고 싶은데 또 그 날것만의 매력이 있잖아요. 

<게으른 킨코>라는 작품이 가장 솔직한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약간 ‘겉멋이 들었지 않았나?’라고 생각이 들지만요. 그건 편집자도 없이 저 혼자서 솔직하게 자신을 담아낸 작품이에요. 물론 사건과 이야기는 허구지만 저는 결코 경험하지 못한 감정과 생각을 쓰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가장 나다운 글이었고, 그 나이에만 쓸 수 있는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소설을 쓰면서 난관이 닥쳐올 때가 있나요?


A. 소설을 쓰면서 등장인물들이 미워질 때가 있어요. 많은 분들이 작가 소설의 인물을 가장 아끼고 또 잘 파악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저는 아니랍니다. 처음에 설정할 때는 내 손바닥 안에 있던 인물이 스토리를 만나면 내 손을 떠나 스스로 움직이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일순간에 인물이 낯설어져요. 내 말을 듣지 않고, 이해되지 않는 말을 내뱉을 때면 슬슬 머리가 아파오죠. 그러면 저는 아주 쉽게 토라져선 그 인물을 미워해버리곤 해요. 끝에는 무관심해지기까지 해서 다른 인물들에게만큼 신경을 안 쓰기도 한답니다. 그렇게 불완전하고 제멋대로에 괴팍한 성격의 인물이 이야기에 섞이지 못해 둥둥 떠다니게 되죠.



Q. 등장인물들이 미워질 때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A. 오히려 저의 일상을 바쁘게, 성실하게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내요. 그래서 저는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는 것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다양한 캐릭터의 타인을 만나면 그 사람들의 말투, 습관, 미묘한 제스처 등을 통해 또 다른 힌트를 얻게 돼요.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미워진 인물이 겹쳐 보일 때가 있어요. 그 인물을 이해할 준비가 된 거죠. 그러면 자꾸 아른거려서 새벽에 그 인물을 불러 앞에 앉혀 놓고 ‘아, 그래서 그랬구나’ 이렇게 새벽 내내 대화를 해요. 이렇게 이해를 하게 되면 아주 사랑스러운 인물이 탄생하죠.



Q. 글을 쓸 때 지향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A. ‘그 나이에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 지향점은 계속 달라질 것 같아서 그 지점을 딱히 정해두진 않아요. 이번 <공방의 계절> 같은 경우는 힐링과 위로, 위안을 목표로 삼아 그 지향점을 담아 쓴 책이에요. 다음에는 개그코드가 있는 코미디같은 글을 쓸 수도 있고요. 지금의 제 글로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독자 한 분 한 분에게 닿아서 ‘이 책을 읽고 잠깐의 쉼표를 찍었다’ 라는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까요.



Q. 방송작가로서는  어떠한 길을 걸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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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는 다큐멘터리를 하고 싶어서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는데요, 막내작가 시절에는 직접적인 원고를 쓰는 일은 굉장히 적었어요. 입봉을 해야 글을 쓸 수 있어서 MBC 생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입봉 후YTN '브라보 K-사이언티스트'라는 과학자 인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었어요. 거기서 처음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되었어요. 많은 대학교와 연구소들을 돌아다니며 인터뷰를 하고 대본을 쓰는 일을 1년 정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EBS 지식채널 e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답니다.



Q. 방송작가로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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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YTN 시절의 일인데요, 대전의 대덕연구단지에 계신 연구자님을 섭외해서 방송을 했었는데 방송 후 전화가 와서 연구팀이 하는 일을 세상에 알려주셔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몇 십년의 연구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더 감사할 일인데 말이죠. 그때 다큐멘터리가 이렇게 감동을 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방송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보람을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Q.취미이신 도예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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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는 글을 쓸 때 굉장히 들뜨는 사람이에요. 저만의 세계에 빠져서 마음이 붕 뜨기도 하고요, 그렇게 위를 향해 치솟다가 바로 떨어지면 엉덩방아를 찧고 아프겠죠. 도예는 그렇게 붕 떠있는 저를 아주 천천히 차분히 내려오게 해줘요. 글을 쓸 때 과한 들뜸을 가라앉혀주는 것이 도예인거죠. 그래서 흙을 만들 때도 약간 침잠해지는데요.저는 이걸 굉장히 기쁜 침잠이라고 표현합니다.글이 저에게 대낮이라면, 도예는 밤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작가와 학우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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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작가의 '나주에 대하여'


A.  '프랑수아즈 사강'이나 '조르주 상드', 워낙 유명한 '이언 매큐언' 작가도 좋아합니다. 국내 작가 중에서는 신인 작가분들 책을 요즘 많이 읽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김화진 작가, 이유리 작가요. 신인 작가분들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세대도 비슷하고 공감대가 있으니까 많이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원래는 양귀자 선생님의 글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책은 김화진 작가의 『나주에 대하여』를 추천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찰나의 감정을 굉장히 확대해서 쓰셨달까요. 1초동안 느끼는 감정을 한 바닥 써 놓은 느낌이랄까요. 부끄럽고 가리고 싶은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버려서 외면하고 싶은데도 또 너무 재미있고,'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고 공감되기도 합니다.특히 여성들의 친구 관계와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기 때문에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는 신입생 학우분들께도 좋을 것 같아요.



Q. 차기작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사실 <공방의 계절>이 이번에 3쇄를 찍었는데요, 내년을 목표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선 목표는 그런데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웃음)


Q. 학우님에게 좋은 글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지,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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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에게 영감이라는 것이 사실 별게 없습니다. 영감의 원천은 저의 일상, 주변인과 함께 일궈 나가는 삶 그 자체죠. 매일 똑같은 일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팽이처럼 느리게 변하잖아요. 그 변화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도 매번 다르고, 사용하는 단어도 다르고, 먹는 밥도 다르잖아요. 일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면,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말한 단어 하나에 꽂혀서 단편 하나가 완성되기도 해요. 아니면 단골 식당에서 처음으로 다른 메뉴를 시도했다가 어떤 새로운 미감에 사로잡혀서 단편이 뚝딱 나오기도 해요. 때론 스치는 사람 중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약한 체취를 맡으면, 코에 감도는 향을 따라 가혹한, 재앙 같은 글을 쓰기도 하죠.매초 매분 그 순간이 모여 만든 일주일이라는 직사각형과 한 달이라는 정사각형이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일상을 사랑하는 저는 글을 쓸 수밖에 없고, 글을 쓰면서 저는 제 일상을 더 사랑하게 되었어요.

원동력은 글쎄요, 아직은 원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아요. 지금은 의욕 넘치는 신인이니까요. 또, 저에게 글은 평생 동반되는 행위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봐요. 반대로 원동력이 필요해질 때 저에게 글쓰기란 무엇이 될지 궁금해지네요.



Q. 방송작가, 또는 소설가를 희망하는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상투적이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웃음) 저도 처음에는 읽고 쓰는 것을 많이 못 했어요. 어렸을 땐 책을 많이 읽었어도 바빠지면서 책도 멀리하게 되었죠.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 사람의 심리가 너무 궁금해.’라는 생각이 들면 비슷한 인물이나 상황이 나오는 이야기를 찾아 읽다 보니까 저절로 많이 읽을 수밖에 없더라고요.'방송작가, 소설가가 되고 싶으니까 책 읽어야 돼.’라​는 마인드보다는 책이 필요로 해질 때, 궁금한 순간이 올 때 책을 활용해 보세요. 책을 읽기가 싫어지면 낯선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추천해요. 그러다 보면 책이 필요해질 때가 분명히 올 거예요.


<공방의 계절> 작가의 말에 이러한 문장이 있습니다.


"부드러운 흙처럼, 서로의 허술한 손길을 기꺼이 포용해주기를.

두려워 말고,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대하는 법을 배워가기를.

언젠가 각자의 '우리'를 온전히 담아낼 움푹한 모양새의 그릇을 발견하기를"


슈니들은 나답게 담길 수 있는 그릇을 찾으셨나요? 그릇을 찾아 헤매는 중이든, 고민하며 망설이는 중이든 모두가 고유하고 가치있는 길을 걷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때로는 조바심이 나거나 마음의 여유가 사그라드는 날도 올 수 있습니다. 그런 날, 혹은 가볍게 친구같은 책을 만나고 싶은 날 <공방의 계절>을 추천합니다. 특히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는 요즘 <공방의 계절>을 펼치신다면등장인물들과 같은 계절에서 이야기의 시작을 맞아보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 따뜻하고 즐거운 이야기 전해주신 연소민 학우분께 감사드리며,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원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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