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SWU - '디즈니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 김미란 동문과의 인터뷰
  • 작성일 2020.11.12
  • 조회 3,891

'디즈니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

김미란 동문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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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슈니들! 잘 지냈나요?

며칠 전 '디즈니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계시는 

김미란 동문과의 인터뷰를 한다는 소식을 알려드렸었습니다!

김미란 동문께 정말 많은 슈니들이 질문을 남겨주었는데요


슈니들이 남겨주신 질문들을 바탕으로 김미란 동문과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만나볼까요?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 저는 ​서울여자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김미란입니다. 

디즈니 조직도가 얼마 전에 개편된 이유로 현재는 컨수머 프로덕트/게임/ 출판 사업 유닛의 (CPGP)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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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동문


Q. 현재 하고 계시는 '캐릭터 아티스트'라는 직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캐릭터 아티스트라고 말씀드리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니메이터와 헷갈려 하시거나 같은, 아니면 비슷한 직무라고 생각하세요. 두 직업은 작업과정과 요구되는 자질이 완전히 다릅니다. 

'캐릭터 아티스트들'의 경우, 본사의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소비자 타깃 연령/ 성별이나 스토리텔링의 주제, 특정 시장의 문화와 유행을 고려하여 거기에 맞게 캐릭터를 가지고 놀며 '온- 모델'로 다시 그리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캐릭터 자체를 무에서 유로 창조하지는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캐릭터 디자이너'입니다. 주로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제작할 때 팀의 일원으로 구성되어 있죠.


우리가 흔히 디자이너라고 칭하는 이들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에요. 우리의 캐릭터 아트를 받아서 폰트나 프랍들을 더해 예쁘게 배지를 만들고 하는 일을 하죠. 패키징 디자인도 관여하고요. 프로젝트 초기부터 캐릭터팀과 같이 긴밀하게 협업하면서 일을 진행시켜요. 이건 특별한 드로잉 스킬이나 그런 게 없이 디자인 감각의 능력을 바탕으로 입사하는데요. (포트폴리오죠.) 이 분야에는 한인 교포들이 꽤 많아요. 학교에서부터 한인 교포들이 많이 있죠. 그래서 회사 입장에선 선택지가 많은데 한인들이 잘 하기도 해서 디즈니에 입사를 많이 했어요. 

캐릭터 아티스트기본적으로 피사체가 무엇이든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필요​합니다. 또한, 수채, 유채, 아크릴, 펜슬, 펜/잉크, 크레용, 오일 파스텔, 파스텔  등의 웬만한 아트 미디엄은 다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콜라주, 소조, 조각... 어느 종류의 아트 형태든 다 할 수 있을수록 자질을 높이 평가받습니다. 컴퓨터 이용 스킬은 당연히 갖추어야 합니다. 애니메이션처럼 연속되는 동작의 움직임을 타이밍으로 나타내는 직종이 아니기에, 한 장의 그림을 완성시켜야 하는, 일러스트레이션 개념에 가까운 일을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드로잉 실력과 함께 디자인이나 컬러에 관한 재능이 많이 요구되는 직업입니다.


 


Q.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전공하신 생물학과와는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데요, 어떤 계기로 미술과 관련된 직업을 꿈꾸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어릴 때부터 제 어머니께선 제가 의사가 되기를 너무나 원하셨어요. 어머니는 생명을 구하는 의사가 세상에서 제일 고귀한 직업이라 여기셨고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제가 공부를 잘했거든요. 대학의 생물학과들이 학과장님의 전공분야에 따라 그 성격이 좀 달리 결정되는 게 있는데요. 서울여대 생물 1회인 저희는 1회 학과장님 전공이 88년도 당시 최첨단이던 분자 생물이셨어서 과가 그런 쪽으로 흘러갔고 후에 미국에 가서 의대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 막연히 생각했던 저에겐 좋았죠. (미국은 프리 메드로 생물학 학위를 딴 걸 인정해 준다 하더라고요.) 


엄청난 열정의 소유자셨던 교수님들 덕에 저희는 4년 내내 거의 고3처럼 공부를 해야 했고, 저 포함 몇몇은 방학도 없이 실험도 해야 했죠. 영어 원서로 된 전공 선택도 의무로 다 들으라고 명령하시던 교수님이셨어요. (저희 커리큘럼이 유 씨 엘 에이랑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한 교수님이 거기 출신이시거든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이과 공부가 저랑 안 맞더라고요. 고2 때 문이과를 나누고 나서도 알긴 했지만, 전공을 해보니 더 잘 알게 된 거죠. 화학의 종류를 다 들어야 했는데, 정말 힘들어서 병이 나겠더라고요. 실험실 일도,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도 너무 외롭고요. 공부할 땐 음악 그런 걸 못 들으니까요. 그게 미친 듯 좋아서 집중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딴생각이 들고 외로움만 느끼는 거죠.


그런데 미국에 일찍 유학 가셔서 자리 잡으신 제 고모님을 정기적으로 뵙기도 하고 저와 편지도 자주 왕래를 했는데, 한 번은 그러시는 거예요.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되, 남들이 안 한 거. 그리고, 돈도 벌 수 있는 걸 하라고요. 그게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즈음이었어요. 생화학이니 유기화학이니 전공으로 아주 머리에 쥐가 나던 때였거든요. 실험실 일은 외롭고 스트레스로 몸 아프고... 게다가 머리 좋은 ‘늘 과 수석’ 친구가 미처 다 공부를 못 끝내고 임한 미생물학 시험에서, 그게 그나마 좋아 열심히 공부한 저를 누르다 못해 모범답안으로 뽑혀 과 사무실에 답안이 떠억 붙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아 이건 내 길이 아니다. 


전공이 싫진 않지만 이쪽으로 머리 좋은 친구들에 비해 난 노력한 만큼 결과도 안 나오니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고 좋아하고 남들이 안 한 건 뭘까....? 그렇게 그때부터 1년 반 가까이 탐구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그게 뭔지를 찾아서요. 사실 선화예중에서 피아노를 했었어요. 집안이 미술이나 그림 쪽으로 타고난 피가 있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저와 연락하던 고모님도 우리나라에 에그 공예를 처음 들여와 소개한 그레이스 김이세요. 그렇다 보니 예술은 다 좋아하고, 애니나 만화도 좋아하다 보니 그걸 해볼까 했던 거죠. 



Q. 선배님께서는 서울여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시면서도 그림을 그리셨는지 궁금한데요. 원래도 그림을 잘 그리셨나요?


방향을 정하고 나서 리서치를 하면서... 제 중학교 절친에게 상담을 좀 했죠.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미술을 좀 배우고 유학을 가면 어떨까 하고요. 그 친구가 선화 예 중고 6년 내리 일등에 반장에 서울대도 수석으로 들어갔거든요. 조언에 믿음이 가는 똑똑한 친구였어요. 핸드폰이나 인터넷 이런 게 없던 당시,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보는 일단 한국에는 없다는 건 도서관들이나 대형 서점들을 다니며 알게 됐었기에 대학 졸업 후 무조건 나가봐야겠단 생각을 한 거죠. 애니를 만드는 할리우드에 가면 뭐가 있을 테니까요. 한국은 당시 외국 애니를 하청일만 하던 때였어요. 그건 의미가 없잖아요. 단순 기술 노동이니까요. 분야 사람들 대우도 형편없고요. 그런데 그 친구가 그림을 배우지 말고 미국에 가래요. 자기네 부모님이 예술 학교 입학 예비생들을 가르치는 미술/ 피아노 학원을 크게 하셨는데요 ㅎㅎ 똑똑한 친구이니 조언을 믿었죠 :) 그런데 방향을 정하고 나니 더 이상 전공에 맘은 안 가고, 부모님을 속이려면 공부는 열심히 해야 하고.... 그래서, 전공필수를 뺀 나머지는 제가 좋아하는 인문학 과목이나 음악 관련 과목 또는 미대에서 타과에 오픈된 이론 강의들을 들었어요. 외국에 가서 똑똑하게 살려면 두루 알아둘 게 많을 듯했거든요. 부모님께는 학점만 좋음 되고, 저는 제 나름의 준비를 가능한 하려고요. 그때 중국 미술사, 중국 공예사, 디자인개론, 의류 직물학, 조경학 등등 전공과 아주 다른 여러 가지를 들었는데요, 미국에 와서 공부하고 일을 할 때 놀랍게도 이래저래 모두 도움이 되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제 전공인 생물학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인체해부학은 제가 피겨 드로잉을 할 때 무척 도움이 됐어요.


그림은 앞에 말씀드린 대로 친가 외가가 모두 좀 타고난 게 있더라고요. 미대 나오신 고모, 이모도 많고 제 언니들도 그냥 원래 그림을 잘 그리거든요. 안 배워도요. 언니들 중엔 전공을 하거나 했어도 지금까지 살린 사람은 없지만요. 전 부모님께서 공부만 하길 원하셨어서 집에선 오빠나 언니들에게 안 들키게 숨어서, 아님 학교에서만 만화를 끄적였어요. 드로잉은 학교 미술시간에만 했지만, 그런 건 너무 쉬웠거든요. 선화예중에 다닐 때, 제 전공을 미술로 바꿔주라고 담임선생님께서 제 어머니께 말씀드렸지만, 어차피 선화도 부모님 몰래 혼자 준비해서 들어갔고 졸업 후 공부하러 인문고교를 갈 생각이었기에 어머니께서 거절하셨었어요.


Q. 서울여자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신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 계기와, 디즈니에 입사하시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는지 궁금합니다. 


 유학은 워낙 집안에서 고모님들이 이미 60년대에 미국 유학을 하셨고 그 후 거기서 자리를 잡으셨기에, 공부를 잘하던 어린이였던 전 커서 고모들처럼 당연히 미국에 공부를 하러 가는 걸로 얘기가 되었었어요. 그런데 제 전공이 생뚱맞게 애니메이션이 될 줄은 모르셨겠죠. ㅎㅎ


디즈니로 들어가게 된 과정은 너무 긴데요, 간단히 말하면...  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이나 인턴에게 디즈니는 법적 도움은 거의 안 준다는 얘기를 이미 캘아츠에서 들어서 알던 터였기에 첫 직장을 디즈니로 목표삼지는 않았어요. 방학마다 지금 제가 있는 팀에서 저를 인턴으로 뽑았지만 두 번 다 거절했죠. 그건, 인턴제도가 훗날 입사와 연결된다는 미국 시스템을 제가 전혀 몰라서였고, 미국에도 공채 시스템 이런 게 있다고 근거 없는 확신을 했기 때문이죠 :)


또, 그림을 늦게 시작한데다가 미국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전혀 모르던 제가 그걸 배우는데 남들보다 더 어려웠기에 방학마다 수업을 밖에서 더 들었거든요. 그림 연습도 더 하고요.


졸업 후 바로 워너에 캐릭터 아티스트로 간 건 거기가 제 워크 비자를 (훗날 영주권을) 스폰서 해줘서예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도 여럿 합격을 했죠. 우등으로 졸업했거든요. 아이언 자이언트를 만든 브래드 버드에게도(인크레더블스도 만들었죠.) 직접 뽑혔지만, 애니 스튜디오는 디렉터급이 아니면 외국인 스폰서를 안 해요. 프로젝트가 끝나면 일단 사람들을 거의 다 내보내거든요. 영주권은 대개 한 회사에 5-7년은 붙어있어야 해요. 그래서 진로도 애니에서 캐릭터로 반강제로 튼 거죠. 그땐 매일 엄청 울면서 한동안 워너에 다녔어요. 하하! 그땐 그게 제 천직인 걸 모르고요. 얼마 안 지나며 그게 애니보다 제 적성에도 더 맞고 도전할 것도 더 많음을 알았죠. 그렇게 성장하며 영주권도 받았지만 워너 캐릭터만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을 알았어요. 그건 그만큼 제가 아티스트로 성장했기에 그렇게 느낀 거죠.


더 도전을 하고 싶었어요. 그게 무엇이 됐든요.


그때 디즈니 토이 부서에 자리가 하나, 엠쥐에이 엔터에 자리가 하나 납니다. 인터뷰를 가보니 디즈니 토이는 제가 생각하던 그런 일이 아니었어요. 창의적이라기보다 남이 차려놓은 상에 숟가락 얹는 좀.... 그런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소문에, 엠쥐에이는 제가 가려는 그 팀원들이 전부 디즈니에서 그때 한 번에 방출된 전 직원들이라는 거예요. 좀 알아보니 대단한 경력과 실력의 소유자들이더군요. (디즈니는 워낙 오려는 사람들이 줄 선 회사라서, 정기적으로 십 년에 한 번 정도 그렇게 크게 털고 새사람으로 채워요.) 그래서 그쪽으로 결정했어요. 능력자들에게 일을 바우려고요.


거기서 3년을 만으로 일했는데... 정말 많은 걸 했고 많은 걸 무에서 유로 창조를 했죠. 엄청나게 여러 가지를 배운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분야도 더 넓어졌죠. 3D 프로덕트를 직접 관여해 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중소기업 특성상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하기도 해야 해서 제가 책임 맡고 하던 일들로 인해 리더십도 익히고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즐겁고 바빴던 3년이었죠. 그런데 그쯤 시간이 지나니, 몸과 마음이 약간 다 비워진 느낌이었어요. 재충전이 필요했죠. 그러기엔 대기업이 딱이에요. 대기업은 분업이 잘 돼있어서 자기 일만 하면 남는 시간도 있고 칼퇴도 되거든요. 그럼 그때 공부나 연습 그런 걸 더 할 수 있어요. 그때 디즈니 제 지금 팀에 자리가 난 거죠. 이미 11년 가까이 프로로 일을 했기에 지원 때 보여줄 것은 넘쳤죠. 그림 몇 개를 파일로 이메일을 했더니 부회장께서 3분 만에 답을 주셨어요. 인터뷰 오라고. 그러면 그건 거의 된 거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디즈니 토이 팀에도 동시에 된 거예요 :) 우연히 인터뷰 날짜도 같은 날, 아침과 오후. 두 팀의 상사들과 팀 분위기에 대해 저도 밖에서 나름 좀 알아보고, 인터뷰를 한 결과, 돈은 토이가 더 셌지만, 전 지금의 제 팀을 단 5분의 숙고 끝에 선택했고 지금껏 후회는 1도 없습니다. 


진짜 어메이징한 팀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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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서의 김미란 동문



Q. 미국 명문 대학인 캘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Art)를 조기 졸업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에서 따로 그림을 배우신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엄청난 노력이 뒤따랐을 것 같아요.


캘아츠는 학위를 이미 딴 사람은 교양수업을 면제해 줬어요. 전공만 들으면 되는 거죠. 그럼, 죽어라 하면 전공은 3년 만에 돼요. 전 이미 학위를 따서 부모님께 재정적으로 더 폐를 안 끼치는 방향으로 가능한 한 하려고 조기졸업을 했죠. 그런데 필름메이킹은 사실.... 종합예술이다 보니 공부할게 많고 저도 맘으론 더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분야를 알게 될수록 더 알고 싶은 게 많아지더군요. 하지만, 나이가 차 가니 저도 독립도 해야 하고 해서 그쯤 한 거죠.


노력은... 그냥 무조건 열심히 했어요. 언어장벽도 있었고 문화충격도 있었고.... 육체적으론 죽지 않을 만큼만 먹고 잤어요. 나머진 다 작업 적업.... 그 3년이 정말... 인간의 삶은 아니었다 싶어요. 애니를 배우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안에서 우리끼리 경쟁도 심하고요. 훗날 프로로 자리가 좀 잡히고 나서도 돌이켜 얘기할 때 40대까지도 예전 생각하면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ㅎㅎ 지금도 드라마에서 저런 저와 비슷한 상황이 나오면 그렇게 눈물이 나요.


​Q. 디즈니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가 되기까지 많은 고난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 고난을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고난??? 많았겠지만 글쎄요... 전 그냥 제 일을 너무 좋아하니까... 늘 재미있게 해요. 제 생각엔 천직이다 보니 일이 그다지 어렵지도 않아요. ㅎㅎ 디자인적인 아이디어도 늘 샘솟고요. 리서치는 늘 해요. 생활이죠. 일상의 모든 게 저는 공부고 영감이거든요. 눈떠서 보는 모든 게 다 제 일과 관련이 지어지죠. 여행을 가도 음악을 들어도 거리를 걸어도 길에 간판을 봐도....  보고 숨 쉬는 모든 순간이 그냥 제 일이고 제 개인 작업의 영감이라서 항상 재미있어요 :)


유리천장? 그런 건 실제로 있지만.... 별로 신경 안 써요. 전 그냥 제 일이 좋아서 하고 그걸 인정해 주니 고맙고.... 제가 그 직장이 안 맞고 싫었다면 나갔겠죠? ㅎㅎ 어디나 부당한 것들이 있지만, 말대로 그건 어디에나 있어요. 그래도 제일 좋은 곳이니까 이렇게 오래 일하고 있겠죠. ㅎㅎ 저는 싫어지면 짐 싸서 조용히 떠나는 스타일이랍니다 :)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는 물 흐르듯이 흐름에 맡기는 편이에요. 뭐든 일이 일어나는 때 하는 게 있더라고요. 기회가 올 때 잡으려면 평소에 그저 열심히 하고... 언제고 기회가 오면 잡고... 그래서 준비는 늘 해야 해요. 평소에 실력을 갈고닦고....


그런 맥락에서....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시간이 남으면 알아서 혼자 새로운 걸 만들어보고 그려보고 그렇게 하죠. 그걸 다른 동료들과 공유하고요. 그러다 보니 다른 팀과 협업할 기회가 생기고 그러더라고요. 그렇게 일로 눈에 띄고 그러는 거죠. ㅎㅎ 



Q. 많은 서울여대 재학생들이 해외 유학의 꿈을 갖고 있는데요. 현실적으로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해외 유학에 대한 마음가짐이라면....  마음은 독하게 먹어야 하고요 ㅎㅎ 문화 차이 때문에 처음에 많이 힘들거든요. 문화가 우리랑 은근 많이 달라요. 영화로 생각하시면 안 돼요. ^^ 제가 뭘 하는 데 있어서 잘 버티고 독한 편인데도, 유학 중에 너무 힘들어서 훗날 자식 낳아서 유학시키면 제가 성을 간다고 그랬다니까요. ㅎㅎ 


행동지침도 맘만큼 중요한데요, 유학에 성공하려면 언어가 중요해요. 자기가 전공하려는 분야에 그 나라 언어 실력이 얼마나 어떤 쪽으로 필요한지 잘 알고, 그걸 기반을 좀 잡고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야, 유학 성공률도 올라가요. 그거 대충 생각하고 학교부터 무턱대고 갔다가 유학 실패하는 사람들을 그때나 지금이나(친구나 지인 자녀들) 많이 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아트/ 필름 쪽이어서 크리틱을 수업 중에 늘 하기에 언어 구사력이 꽤 되어야 해요. 우린 페이퍼 쓰는 건 둘째였거든요. 실기를 하고 그걸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고 보는 이를 설득하고 그게 중요했죠. 아트 쪽이 서양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단어 중에 형용사를 많이 알아야 했어요. 또 애니다 보니 유머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것도 중요했고요. 그런 게 분야마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다르거든요. 그걸 미리 좀 준비하면 공부할 때 더 편하겠죠.


Q. 타 문화권에서 생활하면서 분명 힘든 점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나요?


이젠 잘 모르겠어요. 여기서 산 세월이 한국보다 더 길고 전 한인들과 섞여 살지 않거든요. 여기 문화가 좋아서 적극 받아들인 것도 있고... 이젠 미국화된 면면도 많아서 때로는 한국 문화가 어떤 건 불편해요. 하하! 근데, 이건 외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다 아는 얘기예요. 우리나라에서 오래 산 외국인들도 이런 말 하잖아요. 자기네 나라 가면 이젠 더 불편한 것도 있다고. 그런 맥락이에요. ^^


​Q. 정말 많은 서울여대 학우들이 '디즈니'라는 기업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는데요 :) 디즈니의 전반적인 사내 분위기는 어떠한 가요? 


사내 분위기는 자유스럽고 캐주얼해요. 옷 입는 것도 맘대로고 사내 직급 서열도 한국처럼 그런 분위기 아니고요. 여긴 다 이름 부르잖아요. 높은 사람들도 다 자기가 입에 맞게 커피 타먹어요. 회의 때는 음식을 케이터링을 이용하고요. 비서들이 우리나라처럼 일 안 해요. 업무만 합니다. 탄력근무제나 여자들 육아휴직도 편히 쓰고요. 분위기 캐주얼한 건 우리가 크리에이티브 쪽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다른 사업 쪽이나 그런데는 다를 수 있지만 저희는 모르죠. 회사가 커도 너무 커서.... 빌딩이 회사가 아니고 도시에 캠퍼스가 여러 개 이웃해 형성돼있는 그런 규모거든요. 회사가 그냥 작은 도시라고 보시면 돼요. 그렇게 메이저 영화사들이 구역 나누듯이 도시가  회사별로 나누어져 있죠. 도시 이름은 버뱅크고요. 디즈니는 버뱅크와 글렌데일에 걸쳐서 있어요. 드림웍스는 캠퍼스 한 개만 달랑이지만 디즈니, 워너, 유니버설은 작은 도시 형태로 한 큰 도시 안에 서로 이웃해있죠. 자유스러움에 대해서는.... 회사를 다니면서 가정과 육아의 병행이라든지 건강 관련 등 인간이 기본적으로 누릴 권리에 대해 굉장히 잘 돼있어요. 미국의 다른 대기업같이 성 관련 교육도 매년 엄청 시키죠.


​하지만 저런 자유 후에 일의 경과가 안 좋으면 미리 별 경고 없이 바로 퇴출도 합니다. 한국처럼 정에 기반해 자르기 전에 선배나 상사가 미리 경고 사인을 주지는 않아요. 어느 날 그냥 잘립니다. 자유와 책임에 대해 확실한 거죠. 그렇다고 근무태도가 멋대로인 것까지 일만 잘한다고 봐 준다는 게 아닙니다. 역시 성실하게 열심히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귀하게 대접을 받는답니다. ㅎㅎ



Q. 또한, 디즈니에서 일하면 어떤 직원 혜택과 복지가 있나요?


 글쎄요. 한국 대기업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탁아소라던가 보험, 은퇴연금, 육아휴직 등등 특별히 다른 것 같진 않아요. 아, 전 세계 디즈니랜드는 무료입니다. ㅎㅎ 저희는 회의도 때로는 파크에 가서 해야 하기도 해서요. 그럴 땐 일이지만 일하기에 나쁘지 않은 장소죠. ㅎㅎ 요즘 파크를 닫아서 얼른 COVID-19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립니다.


Q. 선배님께서 생각하시는 디즈니라는 기업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글쎄요. 이런 걸 그다지 평소에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제 직종에서는 아무래도 네임밸류나 브랜드면에서는 디즈니가 최고이니, 제가 한 일이 밖에서 실제로 자주 보인다는 거? 전 세계 어딜 가도요. 그건 보람 있고 참 좋더라고요. 한국 포함 여행을 다녀보면 어딜 가도 제가 한 뭔가가 꼭 있어요. 디즈니 스토어 있는 데는 더 그렇고요.


아 그리고 디즈니는 뭔가 제 일 관련 행사가 많아서 제가 주로 하는 일 말고도 출판이나 전시, 이벤트 행사에서 그리기 등 아티스트로서 만족도가 높아질 일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걸 주관하는 팀이나 부서들이 있더군요. 회사가 커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런 것에 참여해달라고 연락이 오면 일이 바빠도 짬을 내어 꼭 참여를 해요. 그런 다양한 행사들이 제 직업을 더 만족스럽게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자기 그림이 회사를 통해서지만 책이 되어 나오고 그런 생각을 해보세요. 신나잖아요. ^^



Q. 미키 마우스 등의 디즈니 캐릭터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 작업을 담당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선배님께서 가장 애정을 갖고 참여하셨던 작품의 캐릭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 입사 때부터 미키 미니였어요. 그게 후계자가 없었거든요. 당시엔 미키 보스가 두 분이셨는데, 저를 트레인 시킬 임무가 있으셨죠. 걔네들이 친구도 많잖아요. 보기에 간단해 보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온 모델 그림은 그렇게 쉽게 그릴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디즈니의 기준이 있거든요. 배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시켜봐도, 해봐도, 안되면 안 되는 게 걔네들이에요. 심플해서 더 온 모델로 그리기 어렵죠. 누구처럼 머리카락이나 모자, 드레스 등등 그런 걸로 실수를 가릴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제 앞에 백인들 여럿이 훈련을 받았죠. 제가 다른 데 있는 동안이었겠죠? 그런데 다 실패했어요. 제프 셸리란 보스가 기준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제프는 역대 미키를 그린 사람들 중 미키를 제일 잘 표현하고 그린 사람이죠. (그런데 결국 세대교체에 걸려 몇 주 전에 30년 커리어 인생에 마침표를 찍고 디즈니에서 잘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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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1년을 간을 보며 훈련시키는데... 그때 제 경력이 11년 차였는데 그러는 거예요. 오기가 생겨서 누가 이기나 보자 하고 제프 그림 스타일을 똑같이 따라 하는 연습을 했죠. 한 번은 회의 때 제 동갑내기 팀원에게 벽에 붙여놓은 제 콘셉트 그림을 보며 저게 자기 그림인지 제 그림인지 모르겠다고 걔한테 묻더래요. 암튼 그래서 결국 미키에 손을 대게 해주어 같이 하기 시작했는데, 그것 말고도 디즈니 주니어 채널에서 한 여러 쇼의 캐릭터들도 제가 단독으로 맡아서 다 그렸어요. 닥터 맥스터핀즈,  제이크와 네버랜드의 해적들, 엘레나 등등

그리고 공주들도, 온 모델이 아니고 디자인적으로 스타일 라이즈 하는 건 많이 했고, 하고 있어요. 스타워즈도 그렇고 마블 것도요. 주면 다 하죠. 하지만 제 마음은 아무래도 미키 미니죠. ㅎㅎ 카투니 한걸 워낙 좋아하는 성향이 있어요, 제게.

어릴 때 공주류는 일본 순정 만화를 보고 커서... 미국 공주들보단, 미국 것으로는 탐 앤 제리나, 벅스 버니와 걔의 친구들, 딱따구리, 미키 미니 이런 류에 빠져있었거든요.


Q. 선배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캐릭터가 실제로 살아 숨 쉬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요?


캐릭터를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제가 그 캐릭터같이 생각하고 움직이고 액팅을 해봐야겠죠? ㅎㅎ 그래서 캘아츠 저희 과에선 상급학년으로 올라가면 액팅 수업이 있어요. 요즘은 저희 과에 여학생들이 좀 있다고 하지만, 예전 저희 때 한 학년 70명 중 여학생이 서너 명이었어요. 전공을 잘하는 친구는 한 둘? 요즘 애니 캐릭터들은 사람이 많지만 예전 애니들은 동물인데 사람처럼 행동하다 보니 액팅이 영어로 굉장히 goofy하죠. 얼굴 표정이나 액션에 여자들이 (예전 여자들 개념에서?) 편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 게 많아요. 우린 그걸 다 해보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데 저는 그런 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햄버거를 입 쫙 벌리고 먹는 데는 시간이 걸렸지만요. ㅎㅎ


Q. 선배님께서는 어떨 때 가장 일에 대한 만족도를 느끼시나요?


글쎄요. 늘 만족스럽게 하는 편이라서... 하하! 재미있게 하면 일단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근데 다 재미있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봐요. ㅎㅎ 같이 협업하는 다른 팀에서도 제가 한 일에 대해 별 체인지 없이 오케이 떨어져서 일 진행이 술술 될 때? 그리고 밖에서 제 그림들을 물건들 통해 만날 때? 그림이 프로덕트에 잘 디자인이 되어서 올라가진 것을 봤을 때? 근데 물건이 날개 돋친 듯 잘 팔릴 때? 정도겠네요. ㅎㅎ


Q. 재학생들이 가장 많이 주신 질문인데요. 디즈니 같은 외국계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서울여대 졸업 이후, 해외 석사나 박사 과정이 필수인지 궁금합니다. 


아 이건 전공 분야마다 당연히 다르죠. 비즈니스 쪽도 분야가 다양해서 조금씩 다른 걸로 알고요. 크리에이티브는 예술적 재능만 봐요. 이력서도 뭐 그다지 안 중요하죠. 원래 미국은 이력서에 사진 나이 그런 건 없고요. 이름으로 성별은 추측하는 정도? 인터뷰 때 만나서야 성별을 확실히 아는 경우도 있죠. 우리는 실전이 중요해요. 



Q. 디즈니에 입사하기 위한 합격 비결이 있을까요? 입사를 위해 어떤 것들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글쎄요... 비결이라고 하긴 그렇고.... 그냥 잘하면 돼요. 그 분야의 것을 잘 해야 해요. 프로가 되고 나면 ‘잘’에 ‘빨리’도 붙죠. ‘열심히’는 너무 아마추어적이라서 그건 둘째.  ‘잘’ 하는 게 중요해요. 우리가 시쳇말로 그래요. 성질 더럽고 일 잘하는 애랑은 일해도 착한데 일 못하는 애랑은 일 못한다고. 프로의 세계는 좀 다르긴 해요. 보수를 받으니까요. 받으면 받은 만큼 해야죠. 아니면 더 잘? 여긴 한국처럼 팀 회식도 잘 없고 밥도 혼자 먹던 그룹으로 먹던 정해진 건 없어요. '날'마다 달라요. 개개인이 자기 상황이 다르니까요. 점심에 어떤 개인적 볼일을 볼 수도 있잖아요. 한국은, 그러면 팀워크는? 이러면서 걱정하는 것 같더군요, 드라마 보면. 여긴 그런 거 없이도 팀이 잘 돌아가요. 챙길 행사는 서로 다 챙겨주니까요. 파티도 하고요.


준비라면... 글쎄요. 회사 공지 때 그 내용을 보고 그것에 맞춰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이미 프로일 때 디즈니로 와서, 신입 준비랑은 다르게, 프로로서 한 일들을 보여줬기에 상황이 좀 다를 수 있겠지만요. 신입이던 워너 때는 회사에서 원하는 내용대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냈어요. 그뿐이에요. 물론 그 상사가 그림 테스트도 두 번이나 따로 했지만요. 저희 분야는 테스트까진 안 하거든요. 근데 당시에 가짜 포트폴리오 쓰는 애들이 좀 있어서 그런듯해요.



Q. 디즈니가 아니더라도, 외국계 기업이나 애니메이션 회사 취업을 원하는 학우들을 위해서 꼭 알아뒀으면 하는 정보나 팁 같은 게 있을까요?


그냥 회사에서 원하는 내용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겠죠. 그저 잘 해야 해요. 실력적으로. 

따로 팁이랄 게 없는 게, 여긴 한국같이 회사를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공채도 없고, 자리 날 때 한 둘씩 뽑는데, 트릭이나 팁이나 그런 게 굳이 필요가 없어요. 그림을 보고, 아 얘 좋다! 이렇게 눈에 딱 들어오거든요. 우리가 보면. 그걸 알아요. 그럼 방법은 그냥 많이 그리고 연습하고 창작하고... 그래서 잘 하는 거예요. 저도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늘 그렸고 회사 다니면서도 나이 마흔 넘어까지 퇴근 후나 주말에 실컷 놀아본 적이 별로 없어요. 파티조차도 일 관련이고.... 늘 뭔가 공부하고 배우고... 


지금은 제 개인 작업을 많이 하죠. 그래도 늘 공부해요. 트렌드도 알아야 하고 신물질들도 알면 좋죠. 프로덕트를 하니까. 프로덕트를 하니까 어찌 보면 웬만한 프로덕트는 다 알아야 해요. 디자인, 기술 돌아가는 걸 알아야 하거든요.



Q. 서울여대 내에는 캐릭터 디자인에 관해 배우는 과목이 없다 보니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는 재학생들이 많은데요. 이런 학우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려도 될까요?


한국이나 아시아권은 좋아하는 캐릭터 스타일이 심플한 헬로키티 같은 거잖아요. 대개는요. 그래서 미국 스타일을 굳이 배우려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유는 기본적으로 ‘디자인’을 잘 알아야 해요. 기초부터. 미국식 캐릭터는 피겨 드로잉, 동물 스케치, 인물 스케치들을 주로 잘해야 해요. 저게 기본 틀이거든요. 그리고 눈에 보이는 뭐든 다 그릴 줄 알아야 해요. 캐릭터 디자인은 저런 게 다 잡힌 후에 할 얘기고요. 그건 따로 또 훈련을 받아야 해요. 저런 기본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림 보면 대개 보이거든요. 이 친구가 기본기가 있어서 그 위에 캐릭터 구조를 알고 그리는지 아닌지. 캐릭터는 저런 기본이 제일 중요해요.


Q. 전공과 전혀 다른 길을 꿈꾸는 서울여대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제 고모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해볼만 한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 (직업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택하는 게 더 나아요. 좋아하는 것보다는) 그리고 남들이 아직 안 한 것. (한국엔 적어도 아직 안 들어온 것?) 변화하는 미래에 유망한 것. 


이런 걸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필요한 정보를 찾아야 합니다. 혁신적인 걸 다루는 다큐도 좋고 뉴스도 좋고... 많이 이런저런 걸 접하다 보면 자신의 재능과 관련해 영감이 떠오르는 게 있어요. 전 지금도 그렇거든요. 저도 은퇴 후나, 그전에 혹시 회사를 나가게 되면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계속 저렇게 틈틈이 하고 있죠 :) 이걸 위해서는 자신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해요.



Q. 선배님께서 '그림으로 먹고산다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림으로 먹고산다는 것은 OOO이다', 이 빈칸에 들어갈 말이 궁금합니다 :)


이 질문도 자주 듣는데요, 그림으로 먹고사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어렵습니다. 상업이던 순수든요. 저와 제 동료는 정말 극소수의 경우인 거죠. 그래서 애들에게 그림 좋아하니 그거 밀어붙여서 해라라고는 못합니다. Job은 한정된 수밖에는 없으니까요. 제 식구들도 친구들도 가까이에서 제가 이렇게 디즈니 워너에서 일하니까 자기 애들이 이 분야를 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혹여 들어와도 생존이 어려워요. 시간이 흐르면서 다 떨어져 나간답니다. 봄 가을마다 구조조정을 해요. 애니메이터들은 잡이 늘 불안정해요. 필름이 완성되면 일단 다 내보내죠. 그 비싼 인력을 다 계속 데리고 가지 않아요. 새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다시 고용하죠. 물론, 애니메이터들이 다시 지원을 해야 합니다. 매번 필름마다 그래야 해요. 나이 들면서 엄청 피곤해하더군요, 친구들이. 예술은 암튼 먹고살기 힘든 일이에요. 예술 어느 분야든요. 다 뚫고 이겨내거나, 또, 이겨내고도 그걸 지킬 정도가 아니면, 제가 생물학을 좋아는 했지만 내 길은 아니어서 길을 돌렸듯, 방향을 일찍 바꾸시고 예술은 취미로만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제 개인작업은 제 평생의 목표지만 현재 사이드로 하고 있죠. 그래도 즐겁습니다. :)



Q. 마지막으로, 선배님의 목표나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위에 잠깐 언급했지만, 제 개인 작업이 제 남은 평생의 목표예요. 제가 생각하는 것, 추억, 상상, 느낌...  그걸로 다 표현하죠. 은퇴하면 시간이 더 많이 날 테니 더 많은 걸 그릴 수 있겠죠. 지금은 몇 달에 한 피스 정도 하고 있고, 재료를 펼치거나 정리하는 시간도 절약하고자 디지털로만 하고 있어요. 아이디어를 밖으로 표현해 내놓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좌충우돌은 젊음의 특권임을 잊지 마시고 뭐든 도전을 두려워마시고 실패는 젊을 때 하는 게 더 나음을 잊지 마세요. 나이가 들수록 정말.... 실패가 두려워 도전이 더 어려워지거든요. 저도 부모님께 뻥치고 ^^ 여기 나왔잖아요. 지금 이 나이에 제가 그럴 용기가 있을까요? 스무 살이니 한 거죠. 그 나이에는 무모하다 싶어도 도전이 제일 아름다운 것 같아요. 실패해도 탄성이 있어서 금방 일어나잖아요. 나이 들면 대개 그런 게 잘 안돼요. 그게 슬픈 거죠. 전 예외적으로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되지 않을 생각이에요. 하하하!!!


그러니 후배님들! 도전할 때 실패 너무 두려워 마세요. 이 나이 되면 알아요. 인생에서 뭘 이루는 속도는 아무런,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요. 그러니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




슈니들 지금까지 디즈니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계시는

 김미란 동문과 함께한 인터뷰를 소개해드렸는데요.


어떠셨나요? 슈니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김미란 동문께서는 '오늘도 나는 디즈니로 출근합니다'라는 책을 쓰시기도 했어요.

 더 많은 김미란 동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김미란 동문의 책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자랑스러운 SWU - '디즈니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 김미란 동문과의 인터뷰 이미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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